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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아픈 사람들,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MCS)이란? 증상과 원인은?

docall 2026. 2. 18. 10:26

숲을 걷는 것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치료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인공 향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숲은 휴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간이다. 

향이 나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호흡곤란이 시작되고, 모기약 같은 생활용품도 사용할 수 없다. 

일반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벌레 퇴치제나 방향제, 세제, 샴푸의 냄새조차 몸에 큰 부담이 된다.

 

 

 



지나가는 사람의 샴푸 냄새나 세제 향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결국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산속 펜션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 병으로 인해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방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생활 화학제품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던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직장에서 동료가 뿌린 향수 냄새를 맡은 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눈이 따갑고 코피가 나는 정도였지만, 점점 심장이 뛰고 기침이 멈추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으며, 이후 냄새에 대한 반응은 점점 심해진 케이스다.

병명을 알아내는 과정도 쉽지 않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알게 된 진단명이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MCS)’이다.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MCS)이란 무엇인가?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극히 적은 양의 화학물질에도 신체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아직까지 모든 국가에서 공식적인 질병으로 명확히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단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환자마다 반응하는 물질과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호흡곤란, 기침
- 두통, 어지럼증
- 인지 기능 저하, 집중력 감소
- 피로감, 근육통
- 피부 자극
- 불안, 우울증
- 수면장애

보고에 따라 150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특징적인 점은 극히 낮은 농도의 화학물질에도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의 향수, 세제, 방향제, 페인트 냄새 등이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노출이 반복될수록 반응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특정 향수에만 반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세제나 주방세제 등 더 많은 물질에 반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이 발생하는가?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신경계 과민 반응 가설이다. 
반복적인 화학물질 노출로 후각과 뇌의 반응 체계가 과민해져, 매우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면역계 이상 가설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면역 반응의 불균형이 관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셋째는 환경 요인이다. 
과거에는 한 번에 몇 가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정도였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동시에 존재한다. 
향료, 플라스틱, 세제, 건축자재, 배기가스 등 다양한 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복합 노출은 특정 물질 하나의 영향을 분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상 자체가 어려워지는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

이 병이 힘든 이유는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을 넘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병원을 가는 것조차 큰 도전이 된다.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향수나 화장품 냄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마트, 식당 같은 일상적인 공간도 위험한 장소가 된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 중 20% 이상이 직장을 잃는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삶을 선택한 사람들

27년째 화학물질 과민증을 앓고 있는 A 씨의 사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친환경 건축사무소에서 회계 업무를 하며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동료들이 향이 강한 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환경을 배려해 준 덕분이다.

이처럼 주변의 이해와 환경 조정이 이루어지면 환자도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또 그는 한 달에 한 번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다.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이다. 

같은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에서는 화학물질 과민증이 공식적인 질환으로 인정되어 환자 카드가 발급되고, 일부 경우에는 장애 연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 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공공기관에서 인공 향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향기 공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사람에게는 좋은 향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현대 사회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화학물질에 둘러싸인 환경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에게는 일상 자체가 어려워질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중 화학물질 과민증은 아직 완전히 규명된 질환은 아니지만, 분명 실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향수나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된 지금,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조금 더 살기 편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