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파란 돼지 사건은 살서제가 농축된 결과(파란색 염료는 화학적 경고), 냄새와 색을 이용한 화학적 경고

docall 2026. 1. 7. 14:38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파란 돼지’ 사건, 색으로 드러난 살서제의 화학적 경고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지역에서 사냥된 야생 돼지 한 마리가 큰 충격을 줬다.

돼지의 배를 가르는 순간, 지방 조직 전체가 선명한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보통 분홍색 피부와 붉은 살을 가진 동물이다.

검거나 갈색 품종은 존재하지만, 속살이 파란 돼지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돼지는 단순히 기이한 사례가 아니라, 먹었다면 치명적이었을 수도 있는 위험 신호였다.

 

 

 

돼지는 왜 파랗게 변했나?


조사 결과, 해당 야생 돼지들은 항응고제 계열 살서제(쥐약)가 섞인 미끼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 살서제(殺鼠劑)는 쥐를 비롯한 설치류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

이 살서제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독성 성분 + 파란색 염료가 함께 포함됨
- 대표적 염료는 에리오글라우신(Erioglaucine)
- 식용색소로는 청색 1호로 알려진 물질

이 염료는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특히 지방 조직과 장기에 축적되는 성질을 가진다.

돼지는 잡식성 동물이다.

쥐약 미끼를 통째로 먹거나 미끼통을 부수고 다량 섭취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염료가 지방층에 농축되어 속살이 파랗게 변한 것이다.

 

 

살서제에는 왜 파란색이 들어갈까?


파란색은 자연계에서 매우 드문 색이다.

구조색(나비 날개, 새 깃털 등)을 제외하면 생명체의 조직에서 파란색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핵심이다.

- 파란색은 식욕을 강하게 억제한다
-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비정상·위험 신호로 인식된다
- 먹으면 안 되는 물질임을 직관적으로 알린다


실제로 살서제에 염료를 넣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어린이나 동물이 실수로 먹었을 때
- 입, 구토물, 배설물 색으로 중독 물질을 빠르게 식별
- 조류 등 비표적 생물이 먹지 않도록 유도
- 사람이 육안으로 위험을 인지하도록 경고

즉, 파란색은 화학적 경고표시다.

 

 

 

 

 

색과 냄새를 이용한 화학적 경고 사례


① 가스 냄새도 사실은 경고성 인공 신호

천연가스(메탄), 프로판가스는 원래 무취다. 하지만 누출 사고를 막기 위해 다음 물질을 소량 첨가한다.

- 테르셔리 부틸 메르캅탄
- 테트라하이드로티오펜

우리가 맡는 ‘가스 냄새’는 의도적으로 만든 경고 신호다.

 




② 등유와 경유의 색이 다른 이유

정제된 순수 등유는 무색 투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음처럼 색을 입힌다.

- 난방용 등유 : 파란색
- 차량용 경유 : 노란색

이유는 명확하다.

- 육안 구분
- 가짜 경유 제조 방지
- 연료 세금 탈루 방지

 




③ 종자(씨앗)가 색깔을 띠는 이유

종자용 곡물은 식용 곡물과 섞이지 않도록 염료로 코팅된다.

- 붉은색 : 피그먼트 레드 112
- 파란색 : 피그먼트 블루 15:3
- 녹색 : 피그먼트 그린 7
- 보라색 : 피그먼트 바이올렛 23

이는 단순한 색깔이 아니라 “먹지 말라”는 명확한 화학적 신호다.

 

 

 

파란 돼지가 특히 위험했던 이유는?


이 사건에서 검출된 주요 독성 물질은 다이페나디온(Diphenadione)이다.

이 물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2세대 항응고성 살서제
- 지방 조직에 강하게 축적됨
- 열처리로도 분해되지 않음

즉, 익혀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먹으면 2차 생물 농축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만약 파란색 염료가 없었다면 이 돼지는 겉보기엔 정상적인 고기였을 것이다.

사람이 먹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살서제는 어떻게 쥐를 죽이는가? (와파린에서 시작된 이야기)


대부분의 항응고성 살서제는 와파린(Warfarin)에서 출발한다.

<와파린의 작동 원리>

비타민 K는 혈액 응고 인자를 만드는 데 필수다. 그리고 비타민 K는 사용 후 다시 재활용된다.

이 재활용 과정에 필요한 효소를 와파린이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활성 비타민 K 고갈로 응고 인자 생성이 불가능해져 작은 충격에도 멈추지 않는 내출혈이 발생한다.

쥐는 즉시 죽지 않고 며칠 동안 정상처럼 보이다가 서서히 죽는다.

즉사하면 쥐가 학습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의도된 설계다.

며칠 뒤 증상이 나타나야 미끼를 계속 먹기 때문이다.

 

살서제는 독이자 약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물질이 의약품으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와파린은 실제로 다음에 사용된다.

-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
- 폐색전증 예방
- 인공 심장 판막 환자의 뇌졸중 예방

독성과 약효의 차이는 용량과 관리다.

 

2세대 살서제와 생태계 문제


시간이 지나며 쥐들은 와파린 내성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더 강력한 2세대 살서제가 개발된다.

- 브로디파쿰
- 브로마디올론
- 다이페나디온 등

문제는 이들 물질이 잔류 기간이 길고 지방에 축적되며 2차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파란 돼지 사건은 이 생태계 문제를 우연히 드러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