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화학/▷ 원소 이야기

원자번호 7번 질소(N) 이름 Nitrogen의 기원과 발견 과정(러더퍼드 실험), 질소 활용

docall 2025. 12. 11. 22:05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 중 약 78%는 질소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산소만 떠올린다. 

조용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 없는 원소’처럼 느껴지지만, 질소는 지구의 역사와 생명, 산업 기술에 깊숙하게 얽혀 있는 매우 중요한 원소다.

질소라는 이름의 의미, 발견 과정, 화학적 특징, 그리고 현대 산업에서의 쓰임새를 알아보자.

 

 

질소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질소는 세계 각국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름이 붙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관점이 있다.

✔ 숨을 막는 기체

한국·중국·일본에서 쓰는 ‘질소(窒素)’의 ‘질(窒)’은 막힌다. 

숨이 멎는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호흡할 수 없는 기체”라는 의미다.

독일어 Stickstoff도 같은 관점이다.
Stick(숨막히다) + Stoff(물질) = 숨을 막히게 하는 물질.

즉, 공기 중에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 쓰이지 않는 기체라는 의미가 강조된 이름이다.


✔ 영어 ‘Nitrogen’ (만드는 근원)

영어 명칭 Nitrogen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는 ‘만들다(gene)’라는 뜻이 들어있다.

왜일까?

과거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는 화약이었다.

화약의 핵심 성분인 초석(Saltpeter / KNO₃) 을 영어권에서는 오랫동안 nitre라 불렀다.

따라서 Nitrogen = “초석을 만들어내는 기체의 근원”.

즉 산업적 가치에서 본 이름이다.

이런 식으로 ‘~을 만든다’는 의미가 들어가는 원소 이름은 단 3개뿐이다.

Hydrogen(물 생성)

Oxygen(산 생성)

Nitrogen(초석 생성)

그만큼 인류 문명에 기여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 라부아지에가 붙인 이름 Azote

프랑스·폴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질소를 Azote라 부른다.

어원은 그리스어 “a(없다) + zoe(생명)”.

즉, “생명이 유지될 수 없는 기체”.

라부아지에는 산소가 발견되기 전 혼란스러운 시기에서 ‘생명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여 Azote를 제안했다.

 

 



 

 

 

질소의 발견 "쥐,촛불,인(P)으로 찾은 새로운 기체"


질소는 1772년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다니엘 러더퍼드가 처음 분리했다.

발견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지만 매우 과학적이다.

 

 

러더퍼드의 실험

 


<러더퍼드의 실험 요약>

1) 공기가 든 밀폐 용기에 쥐를 넣어 산소를 모두 사용하게 함

2) 촛불을 넣어 더 남은 산소까지 태움

3) 인(P)을 태워 최종적으로 연소 가능한 성분을 제거

4) 남은 기체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시킴

5) 남아 있던 무기체 = 질소

쥐가 숨을 쉴 수 없고 불이 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이 기체를 “유해한 공기(Noxious air)” 혹은 플로지스톤화 공기(Phlogisticated air)라 불렀다.

 

질소는 왜 이렇게 안정할까? 독특한 원자핵의 비밀


지구의 대기에는 공기가 생각보다 많다.

지구의 공기 무게에 270배가 지구의 바다 무게와 같다.

그런데 공기의 78%가 질소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질소가 지구에 있다.

질소가 지구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질소 분자(N₂)가 극도로 안정하기 때문이다.

그 비밀은 다음과 같다.

 



✔ N₂는 삼중결합(N≡N)

두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 으로 단단히 묶여 있어 분해하거나 반응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질소는 불이 잘 붙지 않고 다른 물질과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 N-14 동위원소의 특별함

핵물리학적으로도 질소는 예외적인 원소다.

질소의 99.6%는 N-14

양성자 7 + 중성자 7 → 짝수가 아닌 홀수-홀수 조합

그런데도 매우 안정한 핵 구조를 가진 특이한 예외

안정적이기 때문에 대기에서 오래 살아남고, 행성 형성 과정에서도 쉽게 휘발되지 않아서 지구에 이렇게 많은 양이 존재하게 되었다.

 

 

 

질소는 어디서 왔을까?


질소는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CNO 사이클) 에서 만들어진다.

이후 초신성 폭발로 우주로 뿌려지고 원시 태양계 원반이 만들어질 때 지구로 함께 흘러들어왔다.

태양에서 먼 우주에서 온 물질들이 지구의 질소를 채운 셈이다.

 

 

질소의 활용(보존·냉각·폭발까지)


질소는 ‘반응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쓰인다.

✔ 식품·의약품 보존

- 칩 봉지에 넣는 질소 충전
- 산화를 막아 신선도 유지
- 커피 원두 질소 포장, 약품 안정화 용기 등


✔ 반도체·정밀 산업

- 반응성 기체를 배제하는 불활성 분위기 형성
- 고순도 질소는 반도체 공정 필수


✔ 폭발물·에너지

- 질산염·아자이드류 등 질소 기반 화합물은 폭발력 강함
- 자동차 에어백도 ‘아자이드 반응’으로 작동


✔ 의료·연구용 냉각

액체질소(-196℃)는 생물 시료 보관·냉동 치료에 필수

 

 

조용하지만 강력한 원소, 질소

 

질소는 공기 속에서 아무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실 지구 생명·화학·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원소다.

이름부터 다양한 문화적 관점이 담겨 있고 발견은 공기의 성질을 밝히는 여정의 일부였으며 화학적·핵물리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안정성을 가진 원소다.

현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존·냉각·폭발의 기반 물질이다.

평소 가볍게 넘겼던 “78%의 공기” 속에 의외로 깊은 역사가 숨어 있는 셈이다.